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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생각/좋은시

오늘도 좋은시 모음 올려요

 

 

좋은시를 모아서 올려드릴려고 합니다.

오늘 뉴스를 보니 경제가 너무 힘들어서인지

소외된 계층에 지원이 많이 줄어들어서...

올해 쓸쓸한 한가위를 보내시는 분들이 많다고 하네요.

우리 모두 풍성한 한가위를 보냈으면 하는데 말이죠.

 

 

거리에서

                               류시화

 

거리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사람들이 오가는 도시 한복판에서

모두가 타인인 곳에서

지하도 난간 옆에 새처럼 쭈그리고 앉아

한 남자가 울고 있다

아무도 그 남자가 우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아무도 그 눈물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거리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한 세기가 저물고

한 세기가 시작되는 곳에서

모두가 타인일 수밖에 없는 곳에서

한 남자가 울고 있다

신이 눈을 만들고 인간이 눈물을 만들었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그가 우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나는 다만 그에게

무언의 말을 전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눈물이라고

 

 

 

오후

                        유안진

 

천천히

담담하게

조용히

객저고 미안하게

 

이런 말들과 더 어울리는 오후

그래서 오후가 더 길다

그런 오후를 살고 있다 나는

 

지는 해가

더 처절하고

더 장엄하고

더 할말 많고

더 고독하지만

그래서 동치미 국물보다 깊고 깊은 맛이여

그런 오후를 살고 싶다 나는

 

 

 

                        이명희

 

네 눈빛

너에 손짓

천리 밖에 서성여도

 

손 내밀면 잡힐 듯

가까이

다가와서

 

온밤을

휘감아 올려

모래성을

쌓는다

 

 

 

비망록

                       문정희

 

남을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경험담

                           원태연

 

모르는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일보다

사랑했던 사람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드는 일이

몇백 배는 더 힘든 일이다

 

 

 

이 경험담에 왜이리 공감이 갈까요...

차라리 모르는 그때가 서로에게 최선이였나?

그런 생각이 문득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