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생각/좋은시

감성에 빠져드는 좋은시

 

 

오늘은 감성에 빠져드는 좋은시를 올려드릴까 합니다.

 

 

 

첫사랑

                   김현태

 

눈을 다 감고도

갈 수 있느냐고

비탈길이 나에게 물었다

나는 답했다

두 발 없이도

아니, 길이 없어도

나 그대에게 갈 수 있다고

 

 

 

 

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이정하

 

기쁨이라는 것은 언제나 잠시뿐

돌아서고 나면 험난한 구비가

다시 펼쳐져 있는 이 인생의 길

 

삶이 막막함으로 다가와

주체할 수 없이 울적할 때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

구석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자신의 존재가 한낱

가랑잎처럼 힘없이 팔랑거릴 때

그러나 그런 때일수록 나는 더욱 소망한다

 

그것들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화사한 꽃밭을 일구어 낼 수 있기를

 

나중에 알찬 열매만 맺을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꽃이 아니라고

슬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가을 전송

                          공석진

 

가을을 전송합니다

화려함 남겨두고

빛바랜 옛 추억을

나들길로 보냅니다

고독을 만끽하세요

 

위태로운 정이 매달린

험한 비탈 위

정처없는 낙엽으로

이별을 강요하신다면

수신을 거절하렵니다

 

발신자도 없는

이름뿐인 천사

언제든 떠나려는

배낭 젋어진

당신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양지바른

논둑에 누워

아릿하게 남아있는

바람꽃 향기를

추억하렵니다

 

살다가 보면

                                   이근배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기 않기 위해서

떠나보낼 때가 있다

떠나보내지 않을 것을 떠나보내고

어둠 속에 갇혀 짐승스런 시간을 살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가족사진

                             나태주

 

아들이 군대에 가고

대학생이 된 딸아이마저

서울로 가게 되어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사진이라도 한 장 남기자고 했다

 

아는 사진관을 찾아가서

두 아이는 앉히고 아내도

그 옆자리에 앉히고 나는 뒤에 서서

가족사진이란 걸 찍었다

 

미장원에 다녀오고 무스도 발라보고

웃는 표정을 짓는다고 지어보았지만

그만 찡그린 얼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떫은 땡감을 씹은 듯

껄쩍지근한 아내의 얼굴

가면을 뒤집어쓴 듯한 나의 얼굴

그것은 결혼 25년만에

우리가 만든 첫 번째 세상이었다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이십 대에는 서른이 두려웠다

서른이 되면 죽는 줄 알았다

이윽고 서른이 되었고 싱겁게 난 살아 있었다

마흔이 되는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삼십 대에는 마흔이 무서웠다

마흔이 되면 세상 끝나는 줄 알았다

이윽고 마흔이 되었고 난 슬프게 멀쩡했다

쉰이 되니 그때가 그리 아름다운 나이였다

 

예순이 되면 쉰이 그러리라

일흔이 되면 예순이 그러리라

 

죽음 앞에서 모든 그때는 절정이다

모든 나이는 아름답다

다만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를 뿐이다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어가는게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멋있게 늙어가는 삶을 꿈꿉니다.

지난 삶을 돌아보면 그때가 아름다웠다는 걸...

하지만 지금이 더 좋은거 같습니다.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도 있기에...

 

 

 

 

'좋은생각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도 좋은시 모음 올려요  (0) 2016.09.06
좋은시 원태연 시모음  (0) 2016.09.05
좋은시 정호승 시모음  (0) 2016.09.01
여러 시인들의 좋은시 모음  (0) 2016.08.31
좋은시 꽃 안도현  (0) 2016.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