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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생각/좋은시

좋은시 정호승 시모음

좋은시

 

우리 모두에게 가장 잘 알려진 시인이 정호승 시인이 아닌가합니다.

정호승 시인의 시를 모아서 올려드릴까 합니다.

 

 

 

미안하다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따

산이 끝나는 곳에 내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모른다

 

사람들은 사랑이 끝난 뒤에도 사랑을 모른다

사랑이 다 끝난 뒤에는 끝난 줄을 모른다

 

창밖에 내리던 누더기 눈도

내리다 지치면 숨을 죽이고

새들도 지치면 돌아갈 줄 아는데

 

사람들은 누더기가 되어서도 돌아갈 줄 모른다

 

 

 

 

강물

 

그대로 두어라 흐르는 것이 물이다

사랑의 용서도 용서함도 구하지 말고

청춘도 청춘의 무덤도 돌아보지 말고

 

그대로 두어라 흐르는 것이 길이다

흐느끼는 푸른 댓잎 하나

날카로운 붉은 난초잎 하나

강의 중심을 향해 흘러가면 그뿐

 

그동안 강물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은

내가 아니었다 절망이었다

 

그동안 나를 가로막고 있었던 것은

강물이 아니었다 희망이었다

 

 

 

부치치 않은 편지

 

그대 죽어 별이 되지 않아도 좋다

푸른 강이 없어도 물은 흐르고

밤하늘이 없어도 별은 뜨나니

그대 죽어 별빛으로 빛나지 않아도 좋다

언 땅에 그대 묻고 돌아오던 날

산도 강도 뒤따라와 피울음 울었으나

그대 별의 넋이 되지 않아도 좋다

잎새에 이는 바람이 길을 멈추고

새벽이슬에 새벽하늘이 다 젖었다

우리들 인생도 찬비에 젖고

떠오르던 붉은 해도 다시 지나이

밤바다 인생을 미워하고 잠이 들었던

그대 굳이 인생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죽은 이와의 이별은 정말 힘들다.

더이상 그대에게 어떤 편지를 부쳐도

다시는 답장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나의 가슴속에 부치지 않은 편지를 묻는다.

그대의 인생이 어떻다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누군가의 가슴속에 기억된다면 그걸로 족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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