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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생각/좋은시

짧지만 좋은시 긴여운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있으신가요?

이제 한가위가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이번 한가위는 경제가 좋지못해서인지

도움이 손길이 필요한 곳에 후원이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조금씩 가진 것을 나누며 살아가면 세상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을텐데 말이죠.

모두가 풍성한 한가위를 맞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짧지만 긴여운을 남길 수 있는 좋은시를 올려드리록 하겠습니다.

 

 

사랑

                              안도현

 

여름이 뜨거워서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난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은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바다와 나비

                                     김기린

 

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른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무우밭인가 해서 나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거픈

나비 허리에 새파판 초생달이 시리다

 

 

 

들국화

                           천상병

 

산등성 외따른 데

애기 들국화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뉘인다

가을은

다시 올테지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움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 순간이

 

 

 

들길

                             도종환

 

들길 가다 아름다운 꽃 한 송이 만나거든

거기 그냥 두고 보다 오너라

숲 속 지나다 어여쁜 새 한 마리 만나거든

나뭇잎 사이에 그냥 두고 오너라

네가 끝까지 함께할 수 없는

굽이굽이 그들의 세상 따로 있나니

 

 

꽃은 그 자리에 있을때 가장 아름답지 않은가 합니다.

억지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채우기위해 꽃을 꺾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소유한다는 것은 잠시 빌려쓰는 것이라고 생각해야지

영원히 독점하려고 할때 세상의 모든 문제점의 시발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소유냐 존재냐...

우리는 존재를 택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