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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생각/좋은시

이해인 수녀님 좋은시 모음

 

오늘은 불금입니다.

다음주는 한가위 연휴가 있어서...

이번달은 정말 빨리 흘러갈거 같습니다.

어제 비타민 TV를 보니까 명절에 대해서 이야기하던데...

이젠 친척의 개념도 서서히 사라지는 시대에 살고있는거 같습니다.

다음 세대에 가면 명절도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좋은시 모음을 올려드리겠습니다.

 

 

보고 싶다는 말

 

생전 처름 듣는 말처럼

오늘은 이 말이 새롭다

보고 싶으데...

비오는 날의 첼로 소리 같기도 하고

맑은 날의 피아노 소리 같기도 한

너의 목소리

들을 때마다

노래가 되는 말

평생을 들어도

가슴이 뛰는 말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감칠맛 나는

네 말 속에 들어 있는

평범하지만 깊디깊은

그리움의 바다

보고 싶은데...

나에게도

푸른 파도 밀려오고

내 마음에도 다시

새가 날고...

 

 

 

바람이 내게 준 말

 

넌 왜

내가 떠난 후에야

인사를 하는 거니?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왜 제때엔 못하고

한 발 늦게야 표현을 하는 거니?

오늘도

이끼 낀 돌층계에 앉아

생각에 잠긴 너를

나는 보았단다

봉숭아 꽃나무에

물을 주는 너를

내가 잘 익혀놓은

동백 열매를 만지작 거리며

기뻐하는 너를

지켜보았단다

언제라도

시를 쓰고 싶을 땐

나를 부르렴

어느 계절에나

나는 네게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잇단다

나의 걸음은

네게로 달려가는

내 마음보다고 빠르단다

사랑하고 싶을땐

나를 부르렴

나는 누구의 마음도 다치지 않으면서

심부름 잘하는

지혜를 지녔단다

세월이 가도 늙지 않는

젊음을 지녔단다

 

 

 

비밀

 

겹겹이 싸매 둔 장미의 비밀은

장미 너만이 알고

속으로 피흘리는 나의 아픔은

나만이 안다

살아서도 죽어 가는

이 세상 비인 자리

이웃과 악수하며 웃음 날리다

뽀얀 외롬 하나

구름으로 뜨는 걸

누가 알까

꽃밭에 불밝힌 장미의 향기보다

더 환히 뜨겁고

이쁜 목숨 하나

별로 뜨는 사랑

누가 알까

 

 

 

살아 있는 날은

 

마른 향내 나는

갈색 연필을 갂아

글을 쓰겠습니다

사각사각 소리나는

연하고 부드러운 연필 글씨를

몇 번이고 지우며

다시 쓰는 나의 하루

예리한 칼끝으로 몸을 깍이어도

단정하고 꼿꼿한 한 자루의 연필처럼

정직하게 살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의 살아 있는 연필

어둠 속에도 빛나는 말로

당신이 원하시는 글을 쓰겠습니다

정결한 몸짓으로 일어나는 향내처럼

당신을 위하여

소명하겠습니다

 

 

살아있는 동안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없는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어느 바람에도 흔들리지않고 자신만의 길을 묵묵히 걸아가는

그런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고 투정하지 않고

오직 나만의 길을 개척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