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생각/좋은시

도종환 시인의 좋은시를 모아봤어요

 

한가위가 다가오긴 다가오는거 같습니다.

원산지와 관련하여 점검을 했는데

수입산을 국산으로 속여서 파는 경우가 많이 적발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환경이 깨끗하지 못한 곳에서 음식을 만들어내고...

많은 이익을 내기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서슴치않은 모습을 보니...

정말 우리나라가 아직 멀었구나하는 생각도 드네요.

자신의 양심을 속여서 사익을 채우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도종환 시인의 좋은시를 모아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중에

 

구름처럼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간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우리 비록 개울처럼 어우러져 흐른다

뿔뿔히 흩어졌어도

우리 비록 돌처럼 여기 저기 버려져

말없이 살고 있어도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많은 사람 중에

당신을 생각합니다

이 세상 어느 곳에도 없으나 어딘가에 꼭 살아있을

당신을 생각합니다

 

 

 

꽃 ㅍ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피었던 꽃이 어느 새 지고 있습니다

화사하게 하늘을 수놓았던 꽃들이

지난 밤비에 소리 없이 떨어져

하얗게 땅을 덮었습니다

꽃 그늘에 붐비던 사람들은 흔적조차 없습니다

화사한 꽃잎 옆에 몰려오던 사람들은

제작기 화사한 기억 속에 묻혀 돌아가고

아름답던 꽃잎 비에 진 뒤 강가엔

마음 없이 부는 바람만 차갑습니다

아름답던 시절은 짧고

살아가야 할 날들만 길고 멉니다

꽃 한 송이 사랑하려거든 그대여

생성과 소멸, 존재와 부재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아름다움만 사랑하지 말고 아름다움 지고 난 뒤의

정적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올해도 꽃 피는가 싶더니 꽃이 지고 있습니다

 

 

 

꽃잎

 

처음부터 끝까지 외로운 게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지금 내가 외로워서가 아니다

피었다 저 혼자 지는 오늘 흙에 누운

저 꽃잎 때문도 아니다

형언할 수 없는 형언 할 수 없는

시작도 아직 못한 곳에서 와서

끝 모르게 흘러가는 존재의 저 외로운 나부낌

아득하고 아득하여

 

 

 

여린 가지

 

가장 여린 가지가 가장 푸르다

둥치가 굵어지면 나무껍질은 딱딱해 진다

몸집이 커질수록 움직임은 둔해지고

줄기는 나날이 경직되어 가는데

허공을 향해 제 스스로 뻗을 곳을 찾아야 하는

줄기 맨 끝 까지들은 한 겨울에도 푸르다

모든 나무들이 자정에서 새벽까지 견디느라

눈비 품은 잿빛 하늘처럼

점점 어두운 얼굴로 변해가도

북풍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가지는

살아 움직이기 때문에 엄동에도 초록이다

해마다 꽃망울은 그 가지에 잡힌다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벚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며 피는 꽃보다

바람에 꺾일지언정 대나무같이 흔들리지 않는 삶을 꿈꾼다.

세상풍파에 꺾인지언정

강인하게 곧게 자라나는 대나무처럼

살아가고 싶다.

난 흔들리는게 더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