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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생각/좋은시

좋은시 고은 시모음

 

오늘부터 10월이 시작되는거 같네요.

한 주가 빨리가지않을까 생각합니다.

벌써 10월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빠르게 시간이 흘러간거 같습니다.

가는 세월을 어떻게 잡을 수 있겠습니까만은...

잡을수만있다면 잡으면 좋겠습니다.

윤여정씨가 죽음에 대해서 인터뷰하는것을 들었습니다.

누구나 죽음이 두렵다고... 가보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죽음 또한 자연의 이치이기때문에 죽음을 받아들일려고한다고...

죽음은 영원한 인간의 숙제이지않을까 생각합니다.

너무 무거운 이야기를 했나봅니다.

 

고은 시인님의 좋은시를 모아서 올려드릴께요.

 

 

그 할머니

 

몇해 전 겨울이었지요 앞산 골짜기에서

울음소리 훌쩍훌쩍 들렸습니다

다가가서 우는 할머니 달래었습니다

남의 집 식모살이라 울 데도 없어

여기 나와서 혼자 우는 것이었지요

바로 어제가 세상 떠난 그 양반 제삿날이라

메 한 사발 올리지 못하고 밤을 새워서

오늘 아침 울음으로나 잠깐 제사 지내는 것이지요

나야 별소리로 더 달랠 수 있다지만

우는 할머리 따라 내 설움으로 함께 울었습니다

 

 

 

 

길이 없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숨막히며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길은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여기서부터 역사이다

역사란 과거가 아니라

미래로부터

미래의 험악으로부터

내가 가는 현재 전체와

그 뒤의 미지까지

그 뒤의 어둠까지이다

어둠이란

빛의 결핍일 뿐

여기서부터 희망이다

길이 없다

그리하여

길을 만들며 간다

길이 있다

길이 있다

수많은 내일이

완벽하게 오고 있는 길이 있다

 

 

 

나의 추억

 

나는 세 살 때부터 늙었다

어떤 놈은 피리를 불고 다녔다

어떤 놈은 북을 쳤다

 

어떤 놈은 노래를 불렀다

노래하는 동안

밤 강물이 흘렀다

 

나는 열 살 때도 늙어버렸다

오두막에도 평화가 없는 시절

가을벌레들아

가을벌레들아

밤새도록 나는 네 동무였다

 

항상 젊은 영혼을 꿈꾸며 노예를 꿈꾸며

 

 

 

들꽃

 

들에 가 들꽃 보면 영락없지요

우리 겨레 은은한 품성 영락없지요

들꽃 몇천 가지 다 은은히 단색이지요

망초꽃 이 세상꽃

이것으로 한반도 꾸며놓고 살고지고요

금낭초 앵초꽃

해 질 무렵 원추리꽃

산들바람 가을에는 구절초 피지요

저 멀리 들국화 피어나지요

이런 꽃 피고지고 복이지요

이런 꽃 피고지고 우리 겨레 복이지요

들에 가나 들꽃 보면 영락없지요

 

 

 

고은 시인님은 아름다운 시만 쓰는줄 알았는데

그런것만은 아니네요.

희망을 노래하는 그의 시를 보고 힘을 냅니다.

수많은 내일이 있다...

우리가 주저하기엔 너무 많은 내일이 남아있기에...

희망을 가지고 살았으면 합니다.